10월 9일은 ‘한글날’로 훈민정음(訓民正音) 곧 오늘의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이다. 다가온 한글날을 맞아 〈훈민정음 해례본〉원본을 최초로 직접 보고 해설한 김슬옹 서울시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한글의 창제원리와 그 원리를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이야기를 전한다.
과학적인 한글 창제 원리
한글은 자음과 모음으로 나뉜다. 자음에는 작은 우주(몸)를 담았고 모음에는 거대한 우주를 담았다. 자음은 숨의 원리에 따라 발음 기관 또는 발음하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모음은 숨기운의 바탕인 천지자연의 우주를 담아 하늘과 땅과 사람을 본떴다.
자음은 발음기관 어딘가에 닿으면서 나오기 때문에 닿는 곳의 모양이나 상태를 본떠 만들었다. 그래서 입 모양, 이 모양, 목구멍 모양을 본떠 각각 ㅁ / ㅅ / ㅇ 를 만들고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ㄴ,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 ㄱ 다섯 자를 만들었다. 모음은 입 모양, 혀 모양, 목구멍 상태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 발음 기관을 본뜰 수 없었고 그래서 세종은 일단 하늘과 땅과 사람들 본뜬 · / ㅡ / ㅣ를 만든 다음 합성하는 방식으로 글자를 확장했다. 천지인 기본 세 자를 합쳐 단모음 ㅗ / ㅏ / ㅜ / ㅓ, 이중모음 ㅛ / ㅑ / ㅠ / ㅕ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여덟 자에는 우리말의 특성이 그대로 담기게 했다. 자음 모음 모두 간결하면서도 뚜렷하게 구별되어 읽기 쉽고 쓰기 쉬운 글자가 되었다.
위대한 〈훈민정음 해례본〉이야기
한글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문자로 손꼽히는 것은 이렇듯 과학적이면서 실용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문자를 누가 왜 만들었고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자세하게 기록된 세계 유일의 문자 해설서이다. 한글이라는 문자의 위대함은 〈훈민정음 해례본〉으로부터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1962년 국보 70호 제정, 1997년 세계기록유산 등재
1443년 12월, 세종 47세에 훈민정음 28자를 공표한 뒤 약 2년 9개월의 준비 끝에 1446년 새 문자를 자세히 해설하는 책 〈훈민정음 해례본〉을 펴냈다. 훈민정음 창제는 세종이 단독으로 한 것이지만, 해례본은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다. 해례본은 세종이 직접 저술한 정음편(예의편), 그 뒤로 8인의 신하들(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이개, 이선로, 강희안)이 세종의 저술을 자세히 풀어쓴 정음해례편으로 나뉜다. 그 안에는 앞서 설명한 훈민정음 28자를 만든 원리와 짜임새가 담겼다.
이 책은 언젠가부터 희귀본으로 자취를 감추었다가 1940년에 경상북도 안동에서 이용준이 발견하고 이를 간송 전형필이 소장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세종국어문화원(http://barunmal.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서울시는 쉬운 우리말 사용을 바탕으로 한 시민 국어능력증진과 국어사용 환경의 개선을 위해 2014년 9월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를 창설했다. 위원회는 서울시 국어발전기본계획 수립이나, 행정용어 순화어 제시, 시 주요 정책사업 명칭 등에 대한 자문이나 심의를 맡는 등 서울시의 국어 발전과 보전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 문의 서울시 다산콜센터 ☎02-120